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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TITUDE 2022, paintings
| 상품명 | FORTITUDE 2022, painting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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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rand | 자체브랜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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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RTITUDE 2022, painting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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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acrylic on canvas, 100.0 x 80.3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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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외할머니께서 넘어지셨다는 연락을 받고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 그저 넘어지셨다는 사실에 놀랐다기 보다 서둘러 시간을 내 병원에 가 찾아뵙고 오라는 어머니의 말에 놀랐던 것이다. 그런 연락을 받았던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외할머니께서는 이전에도 몇 번 넘어지셨던 적이 있었다. 쓰러지신 게 아니라 말 그대로 넘어지신, 낙상사고. 이게 젊고 건강한 나의 경우라면 별 대수롭지 않은 일임이 틀림없지만, 노인들의 경우 그렇지 않다. 노인들의 가장 흔한 사망 원인이 바로 낙상사고로 인한 합병증이니까. 대다수의 노인들이 단 한 번의 낙상사고로도 생사의 갈림길에 서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외할머니께서는 이미 세 차례의 낙상사고를 이겨내셨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셨다는 말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심지어 이번에는 넘어지며 부딪치신 머리 안쪽에 출혈이 생겨 뇌 수술까지 받으셨음에도 그랬다. 머리에 호스를 꼽고 기억을 잃으신 상태에서 깨어나셨지만, 이제는 스스로의 힘으로 식사도 하신다. 식사를 돕는 간병인을 만류하고 한 시간 걸려 미음을 뜨고 또 떠서 식사를 마치셨다는 말에 가족들은 혀를 내둘렀고, 의료진 사이에선 ‘의지의 한국인’이라 소문이 돌았다. 그렇다, 그건 의지인 것이다.
모든 건 포기하는 순간 끝이 난다. 하지만 의지만 있으면 그것은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는다. 외할머니께서는 삶의 매 순간 스스로를 타인의 손에 맡기지 않으셨다. 삶의 고삐를 쥐고 있는 손은 언제나 당신의 것이셨다. 6.25사변이 터지고 군인이었던 남편이 바로 참전을 하자, 당신께선 홀로 시어머니와 자녀들을 들쳐매고 이끌며 피난길에 오르셨고, 무일푼으로 폐허가 된 인천으로 돌아와 그들은 부양하셨다. 나는 외할머니께 그 일련의 이야기들을 들으며 자라났다. 아니, 팔순이 넘어서도 매일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하시는 당신을 보아왔다. 자연스럽게 ‘불굴의 의지’를 마음 깊이 품었다.
비전공자인 내가 서른이 넘어 느닷없이 그림을 그리겠다 선언하자 입을 대는 이들이 많았다. 단순한 걱정이나 우려의 수준이 아닌, 대놓고 나의 그림은 예술이 아니라 말하는 이들이 줄을 이었다. 솔직히 겁이 났다. 나 역시 예술이 무엇인지 명확히 이야기할 수 없는 입장에서 누군가 나를 부정해버리자 내가 하는 모든 것들이 의미 없게 느껴졌다. 좋아하던 낙서도 한동안 그만뒀었고, 붓은 물론이고 펜마저 차마 들지 못했었다. 도대체 예술이란 무엇인가.
나는 헤밍웨이를 그렸다. ‘불굴의 의지’의 상징과도 같은 그를. 그는 스페인 내전에 참전했으며, 권투를 했고, 투우를 즐기고 쿠바를 사랑했다. 그의 사후에도 그의 글들은 여전히 살아있다. 하지만 막상 헤밍웨이의 실체에 대해서는 말들이 많다. 많은 이들이 그가 만들어낸 이미지를 부정한다. 정작 그 자신은 ‘불굴의 의지’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며, 따라서 그의 업적이란 고작 그가 지어낸 전설에 불과하다고. 도대체 불굴의 의지란 무엇인가.
글쎄, 그것은 그럼에도 계속하는 행위 그 자체가 아닐까. 실제로 헤밍웨이는 겁쟁이였을지도 모른다. 다만 그는 그치질 않았다. 그들이 말하는 전설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겁 많은 이가 어떠한 행위를 지속함으로써. 나는 벌벌 떨면서 캔버스 앞에 서고, 화를 내면서 선을 긋고, 결국엔 사랑을 느끼며 헤밍웨이를 그렸다. ‘불굴의 의지’의 상징과도 같은 그를.
글쎄, 무엇일까. 예술은 무엇이며, ‘불굴의 의지’는 무엇일까. 누군가는 거기에 답을 내릴 테지만, 나는 그럴 생각이 없다. 하지만 모두가 읽지 않았는가. 노인이 매일 바다로 나가 싸우고 사랑하는 이야기에 빠져들지 않았는가. 그게 나의 답이다. 사람은, 파괴될지언정 패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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