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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보 현

나이 서른 즈음에 낙서를 시작했다. 외로워서.
카페에 앉아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는 동안 홀로 시간을 보내기 위함이었다.
사랑을 좇아 머나먼 타향으로 온 이에게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낙서 덕분에 그 긴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전시 제의가 들어왔다.
그동안 그려왔던 수많은 낙서들이 오로지 사랑만을 가리키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낙서에 마음을 담아냈던 것이다.
살풀이하는 심정으로 전시를 했다.
그 일을 계기로 그림을 계속 그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오늘도 작가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그려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여전히 타향살이 중이며,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며 그림을 그린다.
당연하게도 아내는 언제나 그의 첫 번째 관객이다.